바로가기김진균 선생님께 올리는 추모의 글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강정구
선생님, 정년 퇴임을 하신 지 겨우 일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웬 추모사를 올려야 합니까?
선생님, 선생님께서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저희 후학들께는 선생님은 결코 정년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1994년과 1998년 북핵위기로 한반도가 전쟁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맞았을 때, “강 선생 우리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잖아?” 하시면서 지식인의 반전운동을 촉구하셨습니다. 그리고 몸소 전쟁의 몸통인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대한 연구를 앞장서셔서 펼쳐 나가셨습니다. 이렇게 앞장서 나가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저희 후학들이 어떻게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작년이었습니다. 또 다시 북핵위기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임박했을 때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화운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면서 평화박물관 대표를 기꺼이 맡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편치 않은 몸을 이끄시고 대학로 반전평화집회에 사모님과 함께 하셨습니다. 이렇듯 선생님께서는 정년을 하셔도 결코 쉬시는 선생님이 아니셨습니다. 아니 현직에 있는 저희들을 능가하셨습니다. 아니 저희 후학들이 선생님을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저희들이 이렇게 추모사를 올릴 줄 알았더라면, 선생님께서 좀 더 평안히 쉬실 수 있도록 해드렸어야 하는데.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후학들은 할말을 못 찾은 채 거저 눈물만 흘릴 따름입니다.
선생님, 저희 후학들은 선생님과 함께 라면 언제나 자신이 생기고 여유가 충만해지고 또 푸근해집니다. 그리고 비록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학문적 결과물을 거둬들이기도 합니다.
이는 선생님께서 언제나 저희 후학들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긴 안목과 폭 넓은 예지로 저희들이 미쳐 짚지 못한 부문을 짚어 주시고, 미치지 못하는 부문까지 닫도록 해 주셨습니다. 또 역사의 주체와 일꾼으로서 주어진 역사의 책무에 다가서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래서 민중-민족-비판학문의 토대를 닦으시고, 다산학과 같은 고전에서부터 정보-군사-일상사-탈근대주의에 이르기까지 인식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디딤돌을 놓으셨습니다.
선생님, 이제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이 마당에 저희 후학들은 선생님께 다짐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디딤돌과 버팀목을 바탕으로 이 땅에 민중학문, 민족학문, 비판학문을 기어코 꽃 피어내겠습니다.
단순한 학문의 꽃만이 아니라 실천과 삶이 융합되는 유기적 지식인으로서 선생님의 부끄럽지 않은 후학이 되겠습니다.
그리고는 제2 제3의 김진균을 우리의 학문공동체에 계속 심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이제 저희 후학들 염려는 하시지 마시고
그곳 하늘 나라에 가셔서 못 다한 평안함을 찾으시옵소서.
선생님의 영전에 무릎꿇고 하직 인사 올리옵니다
